대단하고 싶었던 겨울 내일로 여행 (10/01/06~10/01/11)
- 1월 8일 셋째날, 안동>서울
오전 다섯시, 눈이 떠진다. 찜질방의 딱딱한 바닥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잠을 설친 것 같다. 옆에서 잤던 토끼가 없다. 어딜 갔나 싶어 찾아보니 어째선지 유아용 놀이기구 위에서 자고 있다. 아침 기차를 타고 상경할 계획이었기에 얼른 씻고 안동역으로 가 보니 7시 출발 무궁화호가 있다. 그런데 아침을 먹어야 했는데, 이때 시간은 6시 42분.. 어쩔 수 없이 컵라면을 포기하고 훌륭한 전투식량인 아트라스를 구입하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슬슬 동이 터 온다. 아직까진 소복히 쌓여 있는 눈이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뭘 해야 하나 싶어 막막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도 반도 못 왔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잠은 포기한다. 어차피 졸립지도 않다. 카페객차에나 가 볼까 싶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놀란다. 경북선의 카페객차보다 훨씬 크고 넓고 시설도 좋았기 때문이다. 조금 놀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쉰다.
중부지방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당연히 눈의 양은 많아지더군.
대구엔 이만큼의 눈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말 타지로 여행 중이구나..'하는 기분이 든다. 4웨이 중 강원도 정동진을 제외했기에 강원도는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엄연히 따지면 원주역을 지났으니까 강원도를 경유한 셈이 되므로 처음에 목표했던 웨이찍기에 성공했다라고 할 수 있을지도..?
4시간 20분을 달려 청량리역에 도착한다.
일단 서울 땅을 밟으면서 느낀 건 눈과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특히 눈은 추워서 녹지도 않고.. 여기저기서 서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우리는 자연스레 말수를 줄이고 결국은 침묵 속에 걸어다니게 된다는 안타까운 얘기. 청량리 지하철역에 들어간다. 티머니카드를 사야 하는데.. 찾다 보니 1일 대여권 비슷한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뭔가 복잡할 거 같아서 그냥 티머니카드를 산다.
당연히 청소년용 카드를 뽑았는데, 알고 보니 등록을 해야 청소년 요금으로 사용 가능.
귀찮아서 그냥 일반 요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카드에 돈 충전을 하고 안국역으로 간다. 서울에 온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인사동 정도는 알고 있다. 나도 그랬고. 그래서 왔다. 예쁜 소품이나 공예품들이 많다. 소문대로 볼거리가 정말 많다. 눈이 즐거운 곳.
돌아다니다 보니 쌈지길이 등장.
역시 여행객과 외국인들이 많다. 출출해진 우리는 한국 전통 비빔밥 전문점이라는 '고궁'으로 간다.
기본 반찬.
나의 돌솥비빔밥과..
토끼의 육회비빔밥.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인들이 많다. 특히 그냥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일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다 먹고 인사동거리에서 조금 더 방황하다가 거리를 나온다. 막상 서울에 와 보니 어디로 가야 할 지 막막하다. 일단 근처에 있는 청계천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산책하기 딱 좋을 거 같다.
얼마 전까지 빛 축제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야경이라도 좋으니 밤에 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하고 한탄해본다. 이번 여행에선 숙소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밤 늦게까지 오래 있진 못했기에..
가다 보니 진짜 사람 사이즈의 거대한 눈사람이.. (-_-)
다 나오니까 예쁜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사실 서울은 딱히 갈 곳을 정해놓은 게 아니어서 즉흥적으로 막 돌아다니기로 결정한 상태였기에, 아무데나 가까운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 바로 앞이 광화문광장이길래 또 간다.
무한도전 꼬리잡기편에서 이 근처를 막 뛰어다녔다는걸 기억해내고는 혹시 연예인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충무공 이순신 동상
세종대왕상 앞에서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이젠 어디로 갈까 하다가 사람구경하러 대학로를 가기로 한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가니까 확실히 사람이 더 많다. 스타일 좋은 분도 많고.. 그렇게 방황을 하고 오락실도 들렀다가 하니까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벌써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직 숙소는 생각도 하지 않은 상태. 이 날의 마지막은 뚝섬 근처로 가기로 결정하고 지하철을 탄다. 뚝섬역은 지금 대구에 짓고 있는 3호선 모노레일처럼1 지상 모노레일로 존재하더라. 처음 타본 것이라 신기하다. 뚝섬 근처에서 또 사진을 찍으러 가는데, 길이 이상하다. 일방통행인데 신호등이 양쪽 다 있다. 걷다가 문득 발밑을 보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노란 중앙선. 그렇다는 얘긴 눈을 옆으로 치워서 도로 한쪽이 완전히 막혀버렸단 얘기가 되는데.. 아니, 눈을 치우고도 이만큼 남아 있다면 대체..
보시다시피 신호등이 무의미한 상태.
..눈 정말 많다. 대구에서는 수년동안 못 볼 눈들을 이번 여행에서 다 보는 것 같다.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는 곳에서는 양말이 폭싹 젖기 때문에 괴롭다.
그래도 우리는 꿋꿋하게 사진을 찍는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좀 놀다가 갑자기 걱정이 몰려온다. 이제 오늘 잘 곳을 정해야 할 것 같다. 대략적인 위치와 주요 건물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 별별맵(**0 + 무선인터넷)을 이용해보기로 한다(요즘같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기에 얼마나 불편한지..) 다행히 근처에 찜질방이 있다. 마음을 놓은 뒤 편의점을 찾아 들어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찜질방 내부의 음식들은 편의점보다 비싼 편이니까. 편의점도 쉽게 찾아낸다. 단순히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가격대비 최고의 식량으로는 컵라면+삼각김밥이 최고다. 컵라면이 보통 1000~1300원내로 해결되는 편이고, 삼각김밥은 700원이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2천원의 행복이란..
명줄이 약 20분정도 남은 김밥의 영정사진. 그리고 뒷쪽에는 2010년 당시 애용하던 나의 핸드폰, 연아의 햅틱..
그렇게 만찬 아닌 만찬을 즐기고 근처 '화성녹주불가마'라는 찜질방으로 간다. 안동에서 온앤청 찜질방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여기는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고 대부분이 어르신들. 게다가 사람도 거의 없었고.. 덕분에 조용히 편안하게 쉴 수 있겠다.
아트라스 1500원
티머니카드+충전 8000원
고궁 14000원
오락실 등등 유흥비 5000원
편의점 라면+삼각김밥+음료수 2200원
찜질방 7000원
합계 37700원
누적합계 7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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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재는 개통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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