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고 싶었던 겨울 내일로 여행 (10/01/06~10/01/11)
- 1월 6일 첫째날, 동대구>포항>구룡포>포항>영천>영주
여행 첫날은 항상 늦잠을 자기 마련인가. 원래 예정은 6시 15분에 토끼랑 만나기로 했는데 눈을 떠 보니 이게 웬일 시계는 6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맙소사. 토끼녀석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을 거 같았지만 일단 급하게 전화를 해 본다. 그런데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넘겼는데도 전화가 한 통도 없는걸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설마 이녀석도 늦잠을 잔 건 아닐지..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 걸까. 토끼녀석은 전화를 안 받는다. 자고 있나 보다. 일단은 급하게 씻고 아침도 못 먹고 짐을 챙겨서 약속장소로 나가 본다.
약속장소인 버스 종점.. 하지만 아무도 없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토끼녀석은 없다. 설마 나를 버리고 혼자 간 것은 아닐지 어디서 납치를 당했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전화를 안 받으니 계속 걸어본다. 시간은 계속 흘러 흘러 8시를 넘겨 9시가 다 되어가던 쯤에 드디어 토끼가 전화를 받는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물어 봅니다.
째랙스 : ..어디냐?^^
토끼 : ..ㅈㅅ;;^^
물론 나도 늦잠을 잤기에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시간 차이가 너무 크지 않는가? 여행 처음부터 심하게 삐그덕댄다. 후우.. 어찌됐건 겨우 만나서 동대구역으로 간다. 애초에 타려고 했던 8시차는 고사하고 9시차, 10시차마저 날리게 되었다. 분노를 참고 또 참아 10시 5분에 동대구역에 도착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항으로 가는 열차를 찾아본 결과, 10시 20분차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 그거라도 타고 포항으로 간다.
1시간 30분쯤 달려 포항역에 도착한다.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 후라 그런지 날씨가 맑아서 좋다. 그리고 포항에 온 목적, 구룡포에 있다는 '모리국수'를 먹으러 가기 위해 구룡포로 가는 시내버스를 찾는다. 타 지방의 버스를 보면 드디어 여행을 떠나왔다는 느낌이 든다. 죽도시장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출발. 가는 길에 포스코도 보인다. 학교 다닐 때 견학 차 와봤던 곳인데, 용광로의 열기 때문에 접근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40분정도 달리니 종점인 구룡포가 등장한다.
오징어와 과메기를 말려 놓았다. 잘 말린 과메기를 김에 싸 먹으면.. 크..
배고파 죽을 지경이다. 아침도 굶은 데다 간식거리는 일체 가져오지 않았고, 어딨는지도 잘 모르는 모리국수집을 찾아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여쭈어본다. 그런데 우리가 여행객인 것이 딱 드러나기 때문에 귀찮아하시는 표정으로 우리를 슬금슬금 피한다. 조금 섭섭하다.
골목길을 헤매다가 등장한 일본인가옥거리 홍보전시관. 이때가 2010년이라 지금처럼 많이 꾸며놓질 않았다.
약 20분정도 헤매다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편의점에 들어간다. 최고의 식량 삼각김밥을 사는 김에 알바누나한테 물어본다. 이게 웬일 엄청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감사합니다!!
30여분간 헤매다가 힘들게 찾은 모리국수집 '까꾸네' ☎ 054-276-2298
모리국수란? 아귀와 해산물, 콩나물과 파, 칼국수를 넣고 고춧가루 팍팍 뿌려서 칼칼하게 끓여낸 것. 모리국수라는 이름의 유래는 제철에 나는 생선, 게, 해산물 등 이것저것 모조리 집어넣어 끓였다고 해서 모리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고, 또 다른 설이 있다고 한다. 일제시대 구룡포엔 일본인 가옥 거리가 생길만큼 일본인 선원이 넘쳤는데, 일본어로 ‘모리’는 ‘많은’이란 뜻인데 그 푸짐한 양 때문에 모리국수 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기도 한다.
들어가니까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앉아 있으소'라고 하신다. 소문대로 사람 수에 맞게 양을 알아서 맞춰서 내 주시는가 보다.
둘 다 배고파서 반쯤 미친 것 같다. 다행히 양은 엄청나게 많았고,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열심히 먹던 도중에 할머니께서 오셔서 맛이 어떻냐고 물어보시기도 한다. 물론 맛은 최고. 얼큰한것 좋아하고 면 종류 좋아하는 우리 둘로썬 최고. 2인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다. 겨우겨우 건더기를 다 건져 먹어갈 무렵 할머니께서 밥 말아 먹으라며 밥을 주려고 하신다. 진짜 배 터질것 같아서 정중하게 사양했는데, 여러번 또 오셔서 자꾸 밥까지 먹으라고 하신다. 인심도 좋으시다. 1
1인분에 5천원 맛집 투어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직까진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 구룡포의 모리국수를 꼭 맛보러 오셔야 할 거 같다. 우린 아직 어려서 술은 자제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꼭 찾아와서 친구랑 술 한잔 하고 싶은 곳이다 2.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듬직한 배를 쓸며 밖으로 나와 방파제가 있는 곳으로 간다. 3
언제든지 바다만 보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저 좋다.
30분 정도 사진찍고 놀았다. 원래는 호미곶 해맞이공원에도 가 볼 예정이었으나, 둘 다 늦잠을 잔 대가로 결국 포기하고 경북 영주로 가기 위해 포항역으로 돌아간다. 포항역에 도착하여 16시 15분 동대구방면 무궁화호를 탑승.
17시 20분에 영천역에 도착. 영주행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역 바로 앞 김밥나라에 가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하루 세끼 중 한끼는 호화롭게 먹고 나머지는 편의점 같은 곳에서 대충 때우기로 한 우리. 컵라면+삼각김밥으로 배가 든든하다. 18시 40분에 영주행 기차를 탑승한다. 슬슬 하루 여행의 피곤이 몰려오는 것인지, 잠이 솔솔 온다. 그래도 밤에 푹 자기 위해 졸음을 참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20시 40분에 영주에 도착하고, 택시타고 토끼네 고모 자택으로 가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
구룡포에서 삼각김밥 1400원
모리국수 5000원
구룡포에서 돌아오는 버스 1200원
카페객차 1945 게임 500원
영천에서 분식 2000원
영주 편의점에서 2500원
택시 500원
합계 13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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