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고 싶었던 겨울 내일로 여행 (10/01/06~10/01/11)
- 1월 10일 다섯째날, 해남 ~ 땅끝마을 ~ 순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번 여행 계획을 총괄한 내가 저지를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 날. 22시에 용산역을 출발하여 3시에 목포역에 도착하는 야간열차를 탑승하여 잠으로 시간을 보내서 하루치의 숙박을 때운다는 멋진 계획을 세운 내가 저지른 실수. 아무리 야간열차라고 해도 토요일 밤에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우리가 탑승함과 동시에 아마 서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추정되는 분들이 대거 탑승하더니 좌석이라고 하면서 나오라고 한다. 내일로는 기본적으로 입석이기 때문에 아무 말 못하고 자리를 바로 비켜줘야 한다. 그래서 자리를 내 드리고 다른 자리를 찾기 위해 객차를 옮겨보는데.. 이럴수가. 자리가 없다. 모든 객차에 승객이 다 앉아 있다. 심지어 카페객차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것은 계획에 어긋나는 일이라 당황했다. 첫날 지각까진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했지만, 이번 사태는 심각하다. 4시간이 넘도록 서서 갈 수도 없고.. 몸도 피곤하고..
그래서 우리는 그냥 객차 끝 좌석 뒤에 쭈그려 앉아서 가기로 한다. 사람들 눈치가 좀 그렇지, 잠을 청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그 좁은 공간에 쭈그려 앉아 잠을 청하는 동안에도 아저씨들의 음주가무는 끝나지가 않는다. 겨우 잠이 든다 싶었는데 맥주병을 바닥에 대고 쾅쾅 치더라. 공공시설인 열차 안에서 이래도 되는건지.. 아무리 좌석이라도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줘도 괜찮은지. 아무튼 자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그렇게 괴로워하며 4시간을 보낸다. 1
겨우겨우 목포역에 도착. 제법 피곤하다.
비록 피곤했지만, 추운 서울에 있다가 남부지방인 목포에 도착하니 상대적으로 너무 따뜻하다. 새벽 3시에 밖에서 돌아다녀도 춥지가 않았으니 말이다. 피로도 잊은 채 목포역을 나서고 버스가 올 때 까지 PC방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하고, 7시쯤에 목포역 앞에서 1번버스를 타고 목포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7시 55분 해남행 차가 있군. 표를 산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또 실수를 범한 것이었는데..
땅끝으로 바로 가면 될 것을, 굳이 해남행 표를 샀을까? 아래의 것은 해남 가서 산 표.
목포버스터미널에서 땅끝마을은 땅끝이라 표시되어 있지 않고, 토말(土末)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땅끝만을 찾던 우리는 순간 착각하고 만 것. 결국 땅끝으로 바로 가지 못한 저희는 해남에 와서 컵라면을 사 먹고 땅끝행 버스를 기다린다. 그래도 과정이 어떻건 결과적으론 잘 출발한 것이니 마음을 한시름 놓아본다. 그리고 9시 50분에 땅끝마을에 도착합니다.
한반도최남단 땅끝
등대가 이쁘더라. 사진을 신나게 찍는다.
여기서 사진을 좀 찍다가 땅끝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모노레일이 있다.
탑승하여 편하게 올라가고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직접 걸어서 올라가보는게 낫겠다 싶어 그냥 지나치고 등산로로 올라간다. 조금 올라가다보니 국토순례단으로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내려온다. 저쪽에서 먼저 인사를 해 준다. 물론 흔쾌히 맞인사를 했으나 좀 뻘쭘하다. 전망대도 있었는데, 날씨가 좀 흐려서 정말 아쉬웠다.
계단 경사가..
제법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려니 패기왕성한 우리들도 힘들어지더라. 확실히 남쪽이라 그런지 날씨도 춥지 않고 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도착한다.
땅끝 정ㅋ벅ㅋ
사진에는 별로 나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제법 있다. 이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북위34도 17분 21초의 해남군..어쩌고 저쩌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쭉 돌아보고 나서 땅끝탑을 향한다. 정말 우리가 끝까지 왔구나.. 싶더라.
인증샷
위험천만한 사진
여행에서 삼각대는 정말 필수인 것 같다. 물론 사진은 남에게 부탁해서 찍어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원하는 구도의 사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물론 아마추어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만족할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서로 찍어주거나 삼각대를 즐겨 사용하곤 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놀다가 출출해져서 마을로 돌아온다. 여기까지 와서 편의점만찬을 먹기는 너무 아깝다 싶어 호화롭게 먹기로 한다.
회덮밥 + 해물탕
배불리 먹은 뒤 목포로 돌아가는 버스 출발시간까지 시간도 때우고 소화도 시킬 겸 해안가에 가서 사진을 찍고 물수제비를 튕기며 논다. 한시간이 넘게 돌을 던져대다 보니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음. 무식하게 노는 우리들..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녀석들. 관광객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제가 가까이 가도 별 반응이 없다.
오히려 졸리나 보다. 하품을 쩍..
그리고 15시30분 출발 표를 사고 목포로 돌아간다.
원래 계획은 벌교에 가서 꼬막정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진데다 숙소 문제도 있고 해서 그냥 순천까지 가기로 한다. 목포에서 순천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거의 4시간 걸려서 순천에 도착.
이때 시간은 이미 21시가 넘은 상황이었기에 간단히 편의점에서 허기를 채우고 조사해놓은 찜질방을 찾아간다. 땅끝마을같은 관광지는 여행한다는 기분이 드는 곳이기에 정말 좋지만, 거리가 멀어서 교통편이 불편하고 왕복하는데 소요시간이 제법 많기 때문에 하루를 다 투자해야된다는게 아쉽더라. 내일로가 아닌 자가용 드라이브로 간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다.
PC방 3400원
버스 1800원
해남행버스 5400원
컵라면 1000원
땅끝행버스 3150원
땅끝전망대 입장료 700원
횟집 25000원
목포행버스 7900원
편의점만찬 2000원
책 2000원
찜질방 8000원
합계 60350원
누적합계 1627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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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 스무살의 패기로 버틴게 아닐까 싶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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