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걸린다고 한 시간보다는 약간 빨리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근데 그게 11시간이나 걸렸다. 허.. 중간에 휴게소도 두번 멈췄던거 같은데 자느라 기억이 별로 나질 않는다. 아무튼, 아침해가 떠오른 뒤에야 다시 카트만두의 흙길을 밟을 수 있었다. 일단 역시 아침끼니부터 든든하게 먹어줘야 한다. 수제햄버거집을 찾아서 일단 퍼먹었다. 나는 호텔 조식에서 계란이 나오는게 참 좋은데, 특히 반숙으로 된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으아...
수제버거는 항상 맛있지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일단 출국편은 다음날이었기 때문에 숙소를 잡고 짐을 놔둔 뒤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정말 혼잡하고 시끄럽고 분주한 카트만두지만, 표현하지 못할 매력이 있다. 이게 인도와 가까워서 그런지.. 인도 느낌이 팍팍 난다. 인도를 가 보진 않았지만, 언젠가 꼭 가 보고 싶다.
아침장을 준비하는 거리
태극기와 한글이 보여서 한컷.
형형색색 무늬들의 천가방.
맛여기 음식 앗있어요!
일광욕중인 멍뭉이들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쇼핑을 좀 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쉬다가, 어느덧 저녁때가 되었다. 모처럼 네팔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인데 제대로 된 곳을 가 보자 하고 검색하다가.. '마하자'라는 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마하자는 카트만두 내의 음식점 700여곳 평점순위중에 한자릿대 순위를 차지한 음식점이다. 일본 요리와 아시아 요리, 네팔 요리 등을 주로 한다. 한국에서 음식점 리뷰같은건 크게 맹신하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트립어드바이저를 사용했을땐 대체로 잘 맞아 떨어져서 훌륭한 음식점들을 두루 방문할 수 있었다. 이후 해외여행들에서도 뭘 먹을까 할 땐 대부분 트립어드바이저를 사용하면 최소한 평균 이상은 갈 수 있다. 참고바람. 트립어드바이저 '마하자' 정보
좁은 골목 앞에 있는 마하자
가게 내부는 상당히 좁은 편이었고, 손님도 별로 없었다. 거창한 순위에 비해서 첫인상은 그냥 한적한 동네 맛집느낌? 아무튼.. 늦은 아점을 먹은 뒤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굉장히 배가 고픈 상태였고, 모처럼 찾아온 맛집이기에 돈을 좀 쓰기로 결정했다.
오늘밤만큼은 돈을 제대로 쓰기로 결정한 네남자
(아마도) 오코노미야키
미트볼케찹볶음같은거였는데 고기가 버팔로 고기(!)
참치타다끼.. 이거 정말 맛있었다.
초토화
먹느라 바빠서 그런지 음식 사진도 별로 없네. 우리가 작정하고 먹으면 좀 많이 먹긴 하는데, 총 3795네팔루피치를 먹었다. 제대로 된 메뉴 하나에 250네팔루피쯤 하는데, 음...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맛있게 먹었기에 괜찮았다. 어차피 네팔을 떠나지만 여행이 끝나는것도 아니라서 환전해둔 네팔루피를 다 쓰기도 했어야 했다. 1
하루 1천네팔루피로 세 끼를 먹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 거의 4배를 먹었다. 음.....
배를 채우고 다시 숙소로.
숙소가 있던 골목 바로 앞.
배는 부르고 몸은 편하니 나른해진다. 그러나 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마하자에서 음식맛에 전력을 다하자면서 마시지 않았던 맥주가 살살 땡겼다. 숙소에서 먹을까 vs 분위기 좋은 술집을 찾아가볼까.
이때, 죠스가 묘안이 있다며 잠시 기다려보라고 했다. 전에 룸비니에서 100버피와 요가로 인연을 맺었던 요가강사 나오미를 기억하는가? 우리보다 하루 먼저 룸비니를 탈출했던 그녀는 카트만두에 와 있다고 했다. 죠스의 페북메시지로 연락을 취한 뒤, 자기가 아는 괜찮은 술집이 있다고 거기서 만나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약속을 잡았다. 모기는 피곤하다며 숙소에 혼자 남았고, 나와 죠스와 환이 셋이서 나오미가 알려준 그 술집으로 가 보았다.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져있고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술집이라 찾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밖에서 봤을땐 그냥 일반 가정집인것 같은 4층짜리 주택 건물이었는데, 문을 들어서자마자 다른 세계로 입장한듯한 분위기였다. 신기하게도 밖에는 소음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서서 조금만 들어가보자 들썩들썩하는 분위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게다가 1층 입구에는 아주 흥미로운 벽이 있었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붙여놓은듯한 증명사진으로 된 벽이 있었다. 장관이었다. 이때 나도 여분의 사진을 갖고 있었기에 흔적을 남겼다.
범세계적 놈팽이들
나도 한몫 했다..
사진벽이 있는 1층은 그냥 로비였고 2층은 개인룸으로 추정되는곳들, 3층이랑 4층은 루프탑+필로티로 탁 트인 클럽파티장을 연상케 했다. 근데 막 정신없게 시끌벅적한건 아니고 그냥 잠깐 락페스티벌에서 잠시 쉬어가는 곡을 부르는 그런 차분한 느낌이었다. 나오미를 만났고 여러 얘기를 하고 맥주를 마셨다. 4층의 마당 한켠에서는 한 무리의 놈팽이들이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었다. 중간에는 네팔리인듯한 아재들이 있었고, 우리도 거기에 끼여 둘러앉았다.
해외여행시의 술집이나 게하에서 좋은 점은 처음 만났고 앞으로도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도나도 친구라는 것. 시덥잖은 얘기를 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고 또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는걸 이 여행에서 알게 되었다. 캠프파이어의 주축이었던 아재가 기타를 불쑥 꺼내더니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곡은 한국의 아리랑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네팔의 레썸삐리리. 이때 당시에는 그냥 술 취한 아재가 웃기는 목소리로 희한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중에 비정상회담에서 레썸삐리리가 나오는 걸 보고 어..? 했다. 구슬픈 멜로디에 가사도 보면 꽤 슬픈 사랑 노래라고.
그렇게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 라고 합리화해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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