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를 생각해낸건 꽤 괜찮은 좋은 한수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시간을 때울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쉬다 올 수 있었던 것. 단기여행이었다면 꿈도 못 꿨겠지만 한달을 계획하고 있던 여행이라 가능했으리라.
우리가 템플스테이를 하기로 결정한 곳은 네팔 땅이지만 인도에 거의 접해 있는 룸비니라는 곳이다. 이곳은 불교의 창시자인 고타마 싯다르타.. 그러니까 석가모니가 태어난 곳으로 전해진다. 세계의 4대 불교 성지 중 하나로 나름 의미도 있고 해서 기분 좋게 포카라를 떠났다. 포카라에서 아침 7시에 버스를 타고 한번 갈아탈때까지만 해도 여섯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갈아타고나서 또 한시간. 룸비니에 도착해서 성지 내부로는 차량 진입이 안 되기 때문에 걸어서 또 한시간.
휴게소에서 한컷.
휴게소에서 또 한컷.
로컬 현지인들이 타는 버스라 그런지 굉장히 낡고 냄새났다.
네팔이라기 보단 인도에 가까운 얼굴
아무튼 엄청 오래 달려서 오후 늦게가 되서야 룸비니에 도착했다. 불교 성지라길래 뭔가 다른 분위기를 약간 기대했었는데, 다르긴 달랐다. 다만 나쁜 쪽으로.. 공기 상태도 정말 엉망이었고, 전세계에서 다 모인 듯한 거지들이 다 있는 듯했다. 휠체어를 탄 불구자들도 많았으며 그러면 안 되지만 보기 힘들 정도로 기괴한 모습을 한 장애인 거지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보다도 많았던건 도적떼같은 원숭이떼들과 피부병 걸린 개들. 성지 내에 방문한 사람들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따라오고, 심한 경우에는 삥 둘러싸고 무언의 협박을 하며 보내주지 않기도 했다.
겨우 거지떼와 원숭이떼를 물리치고 1시간쯤 걸어서 우리의 목적지 한국 사찰인 대성석가사 구역에 도착했다. 각 국가별로 사찰이 다 있었지만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곳은 한국의 대성석가사만 가능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사찰 본관은 공사중인지 동바리가 잔뜩 달려 있거나 주변에 방치되어 있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1
사찰 구역 내부에는 와이파이가 존재하긴 하나 사무실 근처나 특정 장소에서만 겨우 카톡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만 터졌다. 그래서인지 한 여행자가 앞마당 한 귀퉁이에 앉아서 노트북을 하는 모습이다.
대성석가사 사무실.
사무실 내부에 들어서니 네팔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한국의 문화유적들이 나타나있는 지도가 있었다. 템플스테이 등록 절차를 밟고, 템플스테이중 주의할점이나 금기시되는것들을 설명받은 뒤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대충 기억나는것들로는 떠들지 못하고, 되도록 매 끼니는 거르지 말 것이며, 가능하면 새벽 명상에도 참석해보는걸 권한다고 했다. 밥은 네팔 달밧과 비슷한 구성에 원하는만큼 자율배식이라 머무는 며칠동안 배불리 영양있게 먹었다. 포카라에선 동네방네 시끄러운 놈팽이였다면 여기서는 조용히 아무것도 안하는 놈팽이였기에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다. 2
그렇게 한국발 놈팽이 넷이서 템플스테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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