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이 박살나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루트를 짜야 했다. 비록 레이크사이드에만 있었다지만 근방의 대부분의 음식점과 할 것들은 평정해버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놈팽이를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일단 놈팽이를 유지하면 경비가 너무 많이 나가기 때문에 경비를 아낄 수 있으면서도 말레이시아행 출국편 날짜까지 버틸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렇게 나온 여러가지 대안 중에서 네팔 남부 테라이 지방의 룸비니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부처의 고향인 룸비니에서 최소한의 숙식비를 지불하고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큰 게 결정났으니 배를 채우기로 했다. 1 2
'산촌다람쥐' 입구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포카라로 오는 여행자가 산촌다람쥐라는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만큼 유명한 현지의 한식당이라고 했다. 놈팽이를 며칠동안 하면서 현지음식과 서양식만 먹었기에 갑자기 뜨끈한 찌개가 땡겼고, 모두가 동의해서 찾아갔다.
산촌다람쥐를 방문한 여행자들의 흔적
사장님의 모든 살림살이가 다 있는 듯
출입구 위에 달려있었다. 배불리 밥을 먹고 나가면서 무조건 볼 수 있다. 뭔가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산촌다람쥐 내부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려고 사장님을 찾았다. 저편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던 테이블에서 일어나신 분이 사장님이셨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장님이 우리가 트레킹 출발하던날 베시사하르행 버스에서 짐을 잃어버리셨던 바로 그분이셨다! 근황을 여쭤보니 그 버스 기사를 고소했다고 하셨다. 그냥 평범한 여행자였다면, 혹 내가 그런 경우였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을텐데. 현지에서 살고 계시는 분이니까 현명한 대처를 하신 듯 했다.
얘기를 계속 해서 그런지 음식 사진을 찍는 걸 깜빡했나 보다. 음식 사진이 없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평범한 한식을 시켜서 먹었다. 맛은 평범 이상. 얼큰하게 소주가 땡기는 맛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일처리가 무사히 되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식당을 나왔다.
배도 꺼트릴 겸 거리를 걸었다. 이발소가 보이길래 다같이 머리도 한번 잘랐다. 요즘은 투블럭이 흔하지만 몇년전만 해도 샤기컷 울프컷이 한창 유행이라 제대로 자르지 않으면 정말 맘에 안 들게 되곤 했었는데, 투블럭은 그냥 윗머리 잡고 옆뒤만 밀어도 깔끔하니까 참 편하다. 근데 문제는 이발소 바리깡에 캡이 없었다... 이발사한테 설명하느라 진땀뺐다. 자칫하다간 옆뒷머리가 모조리 날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빗으로 조절해가면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일단 숙소로 가서 좀 뒹굴다가, 또 약간 허기가 생기자 또 나갔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번화가인 할란촉 사거리에 있던 꿈꾸는 수영장이 생각났다. 무려 치맥과 팥빙수의 조합을 내세우는, 그것도 맛있다고 자부하는 집이었다.
치맥과 팥빙수가 맛있는 집!
여기서 먹고 자고 하시나 보다.
영롱한 자태를 보라
오레오팥빙수.. 이것도 존맛.
벽에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틀어주신다!
꿈꾸는 수영장도 사장님이 한국분이셨다. 놈팽이할때 낮에 와서 닭칼국수는 먹었었는데 치맥이나 팥빙수는 아직 먹어보지 않았었다. 메인으로 주문을 하고 조금 기다리니 음식들이 나왔다. 일단 치맥은 한국식 치킨이라기보단 인도네팔식 탄두리치킨에 가까운 맛이다. 맥주랑 잘 어울린다. 근데.. 여기는 팥빙수가 정말 진리다. 정말 맛있다. 팥빙수와 오레오빙수를 퍼묵퍼묵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벽에 스크린으로 영화를 틀어주셨다. 이때 본 영화가 '끝까지 간다'. 한국 개봉 당시에도 못 봤던 영화를 여기 와서 보게 되다니. 영화는 꽤 재밌는 편이었고, 유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드디어 다른 곳으로 떠나는 날이다. 굿바이, 포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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