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로망이 있다. 자취를 하게 되면 피폐해지는데 그 적적함을 달래 줄 그런 반려동물. 강아지라면 데리고 산책도 나갈 수 있고(물론 고양이도 가능하다), 고양이라면 똥꼬발랄한 강아지와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주변에서 일반적으로는 강아지가 많지만 둘 다 함께해본 결과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고양이가 더 좋다. 그 도도한 멍청이들의 매력이란. 지금은 함께하지 않지만 예전에 유기묘를 업어와서 몇개월 키운 적이 있었다. 자취를 하게 되면 고양이를 꼭 키우겠노라 선언하며 살아왔지만 학생 신분으로썬 막상 독립하기도 힘들고, 설령 키우게 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때는 2014년 가을.. 학교에서 근로장학생 신분으로 단과대학 공용컴퓨터실에서 근무하던 때였다. 단대 행정실 실장님께서 갑자기 부르시길래 행정실로 내려가봤다.
"째랙스야 너 잠시 지하1층 창고로 가 보련, 총학생회 애들이 도움 요청한다고 하더라"
"네 알겠습니다"
뭔가 짐 정리를 시킬건가보다 하고 창고로 내려가보니 총학생회 학생 두명이 난처한 얼굴로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창고 내부를 가리켰다. 뭔가 하고 불을 밝혀서 살펴보니 창고정리할때는 못 보던 낡은 종이박스 하나가 있었다. 뭐지.. 하고 내부를 보니 냐옹냐옹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태어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새끼고양이 4마리가 박스에서 기어나가려고 용을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스는 예전엔 못 보던 것이었고, 창고 내부에서 어디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누군가가 버린 게 틀림없었다. 당연히 범인을 찾을 순 없었고 그렇다고 방치할수도 없었으며 또 내가 고양이에 환장하므로 일단 박스를 통째로 들고 나왔다.
손바닥크기도 안 되는 녀석들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고 버려진지 얼마 되질 않았는지 기운이 넘쳤다. 다만 배가 고픈지 엄마를 찾는건지 계속해서 울어댔다. 마침 컴퓨터실이 문을 닫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박스를 들고 컴퓨터실 내 자리 구석으로 옮긴 뒤 문을 닫았다. 일단 물을 좀 먹였고, 이녀석들을 어떻게 해야되나 생각하며 행정실에 같이 근무하던 다른과 조교쌤과 학교에 남아있던 동기들을 불렀다. 동기놈들은 귀엽다며 잔뜩 구경했지만 선뜻 업어가겠다는 녀석은 없었다. 다행히도 조교쌤이 한마리 업어가겠다고 데려갔고, 나머지 세마리는 고스란히 내가 껴안게 되었다. 반려동물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 집 부모님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설령 키우게 되더라도 한마리도 아니고 세마리나..
셔틀버스를 타는 것도 문제였다. 버스 기사님이 분명 뭐라하실게 분명했다. 생각을 좀 하다가 녀석들을 무릎담요에 칭칭 감아서 울어도 소리가 덜 나게 해서 셔틀에 탑승했다. 긴장 속의 몇십분이 지나고 집에 도착했다. 평소엔 잘 안 계시던 부모님이 그날따라 일찍 집에 계셨다. 두 분 전부 다. 담요를 풀고 냥이들을 보여주니 귀여운 것에 대한 감탄과 그걸 왜 세마리나 들고 왔냐는 표정이 한데 보였다. 당장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고 산에 풀어준다해도 너무 어려서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게 분명하며 자립할 수 있을때까지만 키우겠다,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고 내 방에서만 키우겠다는 약속을 부모님과 한 뒤에 녀석들은 내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데려온 지 며칠 안 됐을때 한 녀석의 모습
그때부터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잠깐 맡고 있는다지만 당장 새끼고양이 세마리를 다 어떻게 키울 것이며 사료는 어떤걸 먹어야 하며 예방접종은 언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학교갈때나 알바갈때를 비롯한 집을 비울때는 어떻게 해야하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치만.. 녀석들의 천사같은 모습을 보면 그런 걱정은 싹 날아갔고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이게 삼촌이 조카들을 바라보는 삼촌미소구나!!하면서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나는 (잠시동안이지만)아깽이 세마리의 집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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