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8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우리가 포카라에 도착한 날은 12월 27일 밤이었다.
포카라 레이크사이드에서는 매년 이맘때쯤 12월 28일부터 1월 1일까지 새해맞이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포카라의 고유한 문화와 풍급, 전통 예술과 각종 음식들을 홍보하는 축제다.
보트 경주, 음식 먹기 대회, 라이브 밴드 및 댄스 공연, 음식 축제 등 여행객과 관광객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가 열린댄다..만, 우리는 축제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모른 채 도착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트레킹 장비 렌탈도 해야 했고, 팀스와 퍼밋(트레커 개인정보 등록서와 입산허가서), 가이드를 고용할 여행사도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행 내내 우리들의 최우선이자 최대의 고민은(과거, 현재, 미래 모두 다 그렇지만) 그날그날의 밥 메뉴였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맛난 메뉴를 찾아 방황하던 중 익숙한 메뉴들로 가득한 곳을 발견했다.
'킴스'라는 이름의 식당. 정원이 이쁘게 가꾸어져 있었다.
..근데 정원 사진은 없는 이유는 아마 굶주림에 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간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한식 메뉴는 모조리 다 하는 집인 듯 했다.
내가 영어로만 되어 있는 한식 메뉴를 소리내어 읽었다.
째랙스 : "귐봡, 삼기엽살, 킴취전, 비뷤밥, 닥보꿈, 제유크 보꿈.."
모기 : "..장애인이냐?"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식당 내부에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아마 포카라 레이크사이드에 머무르는 트레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듯?
간간이 한국인 말고 다른 국적의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이 등장했다.
사장님 : "못보던 친구들이네?"
우리들 : "네, 안녕하세요? 어제 막 포카라에 도착했어요."
사장님 : "그래, 트레킹하러 왔나 보네. 맛있게들 먹고 가."
푸근한 인상에 걸맞는 친절함.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먼저 나온 밑반찬의 수준급 맛.
아직 트레킹을 시작도 안한 초보 여행객인 우리들이지만 고작 며칠간 밥 좀 못먹었다고 그렇게 꿀맛일 수 있었을까.
특히 백김치가 정말 맛있어서 세번이나 더 달라고 했다.
사장님께 추천메뉴를 추천받고 미친듯이 폭풍 흡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감자탕, 친구들은 내장탕과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출국 이후 아침밥은 베이컨에 빵쪼가리만 먹다가 얼큰한 한국식 뚝배기를 먹어봐라.
누구나 '크어어얽'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후식으로 커피와 랏씨 등을 마시려고 주문하려는데, 랏씨를 되도록 먹지 마라고 하시는 사장님.
기본적으로는 발효시킨 요구르트인 랏씨가 관광객들을 상대로는 대부분 좋지 않은 재료를 쓴다고 하셨다.
위생상태도 엉망이라며, 설사를 할 거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사장님.
그래서인가, 우리가 식후에 랏씨를 먹으면 두시간 내로 쾌변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무튼 위대한 우리들은 사장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후 네팔에 머무는 내내 랏씨를 계속 즐겨 먹었다.
사장님 : "그래, 어디로 갈려고 여기까지 왔어?"
우리는 네팔의 수많은 트레킹 코스 중에서도 안나푸르나 산군을 따라 원형을 그리며 도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할 예정이었다.
해발고도 820m의 베시사하르에서 출발하여 2710m의 차메, 3240m의 피상, 3570m의 마낭, 4250m의 렛다르, 4420m의 쏘롱 페디를 지나 5416m의 쏘롱라까지 넘어서 반대방향인 푼힐 쪽으로 돌아오는 코스.
우리들 : "일단은 베시사하르로 갈려고 생각중이에요."
사장님 : "라운딩 가려나 보네. 지금 비수기라 가이드 구하기가 힘들텐데..?"
여기서 잠시, 히말라야 트레킹은 가이드가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꼭 가이드를 고용해라고 말해두고 싶다.
우리들의 2주가 넘는 원대했던 트레킹 여정은 결론부터 말하면 5일만에 실패하고 7일째에 하산하게 된다.
그마저도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해서 안나푸르나에 올랐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고 할 수 있다.
포터는 없으면 짐을 최소화하고 다니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현지 가이드는 꼭 필수다.
물론 트레킹중에 마주친 외쿡 형님 누님들은 가이드 없이 그냥 삼삼오오, 때로는 커플들도 많았으며 혼자 다니는 트레커들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
그치만, 혹시 히말라야 트레킹을 시작한다면 가이드는 꼭 고용해라고 말해두고 싶다. 반드시.
우리들의 미래에 일어날 그런 사건들을 예상이라도 하셨는지, 킴스 사장님은 우리들에게 현지 가이드와 포터는 구했냐고 재차 물어보셨다. 오늘 구할 예정이라고 말하니까 자신이 아는 곳이 있다며 소개를 해 주겠다고 하셨다.
사장님이 소개해주신 정보를 챙기고 킴스 식당을 나왔다.
마침 축제 기간이기도 해서 거리는 아침부터 축제 개막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배도 부르고 해서 소화 겸 쇼핑 겸 근처에 조금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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