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블루라군은 기대보다는 별로였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막상 놀 때는 별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서 잘 놀긴 했지만, 정말 실망한 곳 중 하나였다. 꽃보다청춘의 영향일까..? 한국 관광객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때 당시엔 또 이름난 명소에 간다는 생각에 그저 들떠있었을 뿐이었다. 아침에 블루라군으로 향하는 툭툭이를 예약했고, 아침을 챙겨먹고 곧 블루라군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로 엄청난 흙먼지를 동반했다. 다행히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 거리라 잠깐만 참으면 됐었기에 다행이었다.
가는 길에는 방목(?)시킨듯한 소도 있었고, 현지 아이들도 잔뜩 있었으며 방비엥에서 블루라군까지 그냥 그 비포장길을 어디서 빌렸는지 자전거로 가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거리상으론 갈만했지만 길 상태가 완전 메롱이라 그냥 툭툭이로 얼른 지나가는게 답인 듯 했다.
이윽고 블루라군에 도착했다. TV나 여행기로 많이 봤던 메인 물웅덩이, 거대한 나무가 자연 다이빙대가 된 곳, 그 나무에 줄을 매달아 타잔처럼 놀 수 있는 포인트, 산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짚레일 등 익숙한 모습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다만 한국인 관광객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냥 한국의 유명한 계곡 야영장에 온 느낌이었다. 산악회 야유회중인것 같은 느낌의 족구하는 아저씨들, 삼겹살 굽는 냄새를 블루라군 전체에 풍기며 소주까지 마시고 있는 등산회 등.. 어찌됐건 그들과 부딪힐일은 없으니 그냥 우리는 우리끼리 놀기 시작했다. 1
자연이 만들어 낸 다이빙 포인트
여기는 유사 한국인가???
나는 보통 수영용으로 입는 수영복이 있는데, 죠스는 자연인이라 그런지 수영바지만 입고 웃통은 그냥 벗고 노는 편이었기에 썬크림을 바르는 양이 우리보다 몇 배는 많았다. 정성스레 전신에 썬크림을 펴바르고 다이빙을 하며 놀기 시작했다.
죠스 : 자, 내 등짝을 보아라!
나무 다이빙대는 2미터쯤 되는 높이의 1단 다이빙, 그리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5~6미터쯤 높이나 되는 2단 다이빙대가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올라가보니 엄청 높았기에 처음에는 1단에서만 뛰며 물을 체험했다. 최근에 비가 왔는지 아니면 원래 깊은건지 수심은 3미터 이상쯤으로 느껴질 정도로 꽤 깊었고, 2단에서 뛰어내려도 다칠 염려 없는 충분한 깊이라고 판단되었기에 점차 2단을 도전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1단높이에서 다이빙!
게다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2단에서 도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가 누가 올라가면 다들 쳐다보고 뛰어내리면 환호성에 난리가 났다. 무대체질도 아닌데 무대에 올라가면 설레는 그 짜릿함을 좋아하는 편인 나와 친구놈들은 2단다이빙대를 정복하기로 했다. 양형 한명이 먼저 올라가서 뛰어내리진 않고 길막을 하며 간만 보고 있길래 나도 사다리에서 간을 보기 시작했다. 밑에서 2단 높이를 볼 때랑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더욱이 나뭇가지가 굵은 편이긴 했지만 중간지점을 넘어 끝쪽으로 갈수록 흔들거려서 꽤 무서웠다.
간만 보던 양형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끝쪽으로 달려가더니 반동을 이용해서 뛰어내리니 갤러리들이 난리가 났다. 박수갈채도 받더라. 이에 질세라 우리도 뒤에서 보고 나서 저렇게 밟으면 되겠구나 하고 따라 뛰었다. 역시 상당한 높이였고 어쩌다가 배치기를 하면 아주 죽어나갔다. 그래도 재밌고 짜릿하고 시원하니까 계속 놀았다.
내가 올라갔을때 환이가 찍어 준 사진.
밧줄을 이용해서 다이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동안 물놀이를 하며 놀다가, 어느덧 배가 고파져서 적당히 먹을걸 먹고 누워서 한숨 자고 그러는 놈팽이짓을 하다가 방비엥으로 돌아왔다. 단골꼬치집으로 가서 맥주와 꼬치를 먹고 초콜릿바나나팬케이크와 맥주를 싸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구경을 하고 얼큰하게 취하며 또 하룻밤을 보냈다.
심야까지 놀다가 팬케이크를 먹으러 온 죠스와 나.
방비엥에서도 5일을 보냈고, 어느덧 여행도 한달째에 접어들었다. 당초 여행 일정은 한달정도로 잡았었으나 귀국편은 사 놓지 않은 상태. 워낙 즉흥적인 우리였고 큰 틀은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동남아시아 일부 여행+@인 무계획 즉흥여행. 돈도 돈이지만 여행이 길어지고 뭔가 계속 놈팽이짓만 하니까 점점 무료해져갔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빚내서라도 놀걸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여기서 새로운 다음 코스를 짜기로 했다. 베트남 종단여행으로 넘어갈 것인가, 필리핀 세부로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것이냐. 베트남은 나름 경비가 싸게 쳐지지만 일정이 너무나도 길어질 것이고, 스쿠버다이빙은 돈은 많이 깨지겠지만 호주 워홀에서 스쿠버다이빙 경험이 있는 죠스가 강력 추천했고, 또 필리핀에서 라이센스를 따 놓으면 세계 대부분에서 통용될 뿐더러 한국에서 따는 것 보다 싸게 취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필리핀행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었다. 나도 이번에 해 보지 않으면 한국가서 비싸게 해 볼 일도 없을 뿐더러, 언제 해보겠으며 필리핀은 또 언제 가 보겠냐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넘어가고 있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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