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린섬을 떠나기 하루 전날엔 애들이 이제 스노쿨링은 쉰다고 했다. 그래서 나 혼자만 잠깐 나갔다 왔다. 첫날에 갔던 포인트를 가길래 그냥 적당히 즐기다가 섬으로 다시 돌아왔다. 썰물이 나간 곳에서 게들을 구경하다 보니 괜시리 즐거워져서 쉬고 있는 애들을 불러서 게구경을 시켰다. 느릿느릿 소라게 말고도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게도 있었다. 집게발 한쪽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자신을 괴롭히는 몹쓸 인간들에 바짝 쫄았는지 엄청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수린에서의 실질적으로 놀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오후에는 섬 구경을 해 보기로 했다. 섬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프론트 주변 캠핑구역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에 구석구석 탐방해보기로 했다.
마지막 스노쿨링 나가는 길
캠핑구역을 제외한 곳들은 자연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야생 새들이나 원숭이들이 수시로 보였다. 탐험 겸 산책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을 쭉 둘러보았고, 벌레나 뱀 같은게 많았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보다가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길이 아닌 곳도 성큼성큼
좀 나른해져서 쉬다가 해변가 탐방도 해 보기로 했다. 모래사장에서 게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오는 게 아닌가? 수린에서 원숭이말고 다른 포유류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녀석은 모래사장의 게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게 잡아먹는 고양이라.. 완전 낭만고양이가 아닌가! 녀석은 사람을 많이 대해서 그런지 낯도 안 가리고 오히려 모래사장에서 발라당하며 애교까지 부렸다.
으아아아아
어디선가 한 마리도 더 나타났다!
그렇게 냥이들과 놀다가 어느덧 해질녘이 되어 창 맥주와 맛있는 안주들, 영화와 티츄로 수린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아쉬워졌다. 1월 17일에 섬에 들어와 22일에 나온 것. 평소보다 약간 일찍 자고, 수린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마지막밤을 함께 한 창 맥주
왜 짐을 쌀 때는 항상 귀찮은 것인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고 막상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긴 하지만, 너무 귀찮다. 특히 완전히 나른해진 수린섬의 놈팽이들에겐 더더욱 고역이었다. 그치만 쿠라부리로 가는 배 시간은 다가왔고, 기념촬영을 하며 수린섬과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짐 싸기 귀찮아..
간만에 단체사진!
이 사진을 찍을 때 저 뒤의 맹그로브에서 새끼상어들이 엄청 나왔다
섬에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제트보트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 쿠라부리로 돌아왔다. 죠스가 오리발로 얼굴을 막으면 물 튀기는걸 막는다며 얼굴쪽으로 계속 들고 왔다. 그만큼 빨리 달리며 물보라를 엄청 튀겨대는 보트였기에.
죠스의 물보라막기
쿠라부리에서 하룻밤 더 쉬고, 태국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다음 코스는 라오스였는데, 국내선을 타고 태국과 라오스 국경 바로 앞까지 간 다음에 육로로 이동하여 버스를 타고 라오스로 들어갈 참이었다. 걸어서 국경을 넘으니 기분이 묘했다. 다 같은 동남아시아지만 나라마다 약간씩 특색이 느껴졌다. 특히 라오스는 이 시점에 꽃보다여행에서 라오스 방비엥 블루라군이 뜬 뒤였던 터라 관광객들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사전조사가 없었긴 하지만..
걸어서 라오스 입성
버스를 타고 라오스 비엔티엔으로
밤에 비엔티엔에 도착해서 보니 배낭여행자들이 엄청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골목 전체가 방콕 카오산처럼 클럽분위기였으며 북적북적했다. 조금 둘러보다가 비아비아라는 핫해보이는 피자집에 가서 피자와 맥주를 먹었다. 적당히 놀다가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피자&맥주 펍 비아비아
라오스에선 비어라오!
꽤 괜찮았던 맛의 피자들
비엔티엔에서 놈팽이를 할 건 아니었기 때문에 하루만 자고 방비엥으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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