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루이틀은 부지런하게 오전오후 둘 다 스노쿨링을 나갔는데, 3일차쯤부터 지치는것도 있고 나른해서 그냥 쿠라부리에서 사 온 망고를 먹고 프론트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누워 자곤 했다. 대체로 오전 스노쿨링은 파도와 물살이 세서 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루는 새벽에 파도소리가 엄청나길래 잠이 깨서 밖을 보니 밀물이 텐트 바로 코앞까지 와 있는 것이었다. 오 이거 좀 위험한거 아닌가 싶어서 잠시 텐트 앞 나무에 걸터앉아 밀려오는 바닷물을 쳐다봤다. 일찍 기상한 프론트의 직원이 다가오더니 걱정마라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텐트촌 앞 모래사장에 큰 나무뿌리들과 경사가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만 바닷물이 올라왔다. 이미 자연이 만들어 놓은 방파제는 든든했다.
나무뿌리까지만 딱 왔던 밀물
날이 밝아오고 하나 둘 기상하여 밥을 먹고 오후 스노쿨링을 나갔다. 이날은 여태까지 가 본 포인트 중에서 가장 멀리 나간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양형 양누나들도 제일 많았고, 자그마한 통통배 두 척이 가득 찼다. 통통배가 작아서 그런지 배에서 뭔가를 먹거나 하진 않았지만 배는 파티분위기였다. 이날은 작정하고 바닷속을 카메라로 엄청 찍어댔다.
복작복작한 통통배
오늘의 포인트
이번 포인트는 제법 깊은 곳도 많았는데, 이땐 아직 스쿠버다이빙을 배우지 않았던 때라 감압조절이 잘 안되서 귀가 너무 아픈 나머지 약 3미터 밑으로는 내려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뭐 볼 건 많았다. 사진으로 다 담질 못해서 문제지.
또 만난 니모
현지인의 찍사스킬
처음 가 본 포인트는 항상 특색이 있었다. 이땐 바람이 없어서 파고도 높지 않고 잔잔한 바다에서 스노쿨링을 하기 참 좋았는데 문제는 인간 말고 해파리들도 유영을 즐겼다는 것. 가이드 말로는 대체로 무해하다고 했으나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해파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무슨 슈팅게임 미사일 피하듯이 헤엄쳐야 했다. 가끔 몸에 닿으면 독성이 있는지 따끔따끔했다. 피부가 약간 빨갛게 반점이 생겨서 조금 걱정했는데 섬에 돌아와서 햇볕 드는 모래사장에 누워서 한숨 자니 싹 사라졌다. 역시 일광소독이 제일이다.
섬으로 돌아가는 통통배
모래 위에서 한숨 자고 쉬면서 소라게와 하얀 게들과 놀았다. 어떤 소라게는 등껍질이 벗겨진 채 맨몸으로 있었다. 새 집 이사를 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신기했다. 꾸물꾸물 얼마나 잘 기어가는지..
이사중인 소라게
타조알?!
게들과 놀고 있는데 저 멀리 무언가 알 같은게 보였다. 그럴 리는 물론 없지만 타조의 알인가! 하면서 다가가보니 누군가가 모래로 만들어놓은 동그란 모래덩어리였다. 모래가 워낙 곱다 보니 진짜 알인 줄 알았다. ㅋㅋㅋ
스노쿨링 후의 라면은 꿀맛
안그래도 싼 태국의 물가에서 더 싼 컵라면. 녹색 버전과 빨간색 버전이 있었는데, 녹색이 더 맛있었다. 빨간건 좀 자극적인 맛이었고, 녹색이 딱 좋았다. 진라면 순한맛과 매운맛의 차이라고 하면 알려나? 근데 이 여행기를 쓰면서 저 라면이 다시 생각나서 얼마 전 태국에 다녀왔을때 사 왔는데, 그때 그 맛이 나질 않았다. 역시 라면은 계곡에서 수영 후에 먹는 라면이 최고인 것 같다.
어김없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며 티츄와 영화를 즐겼다. 여행 동안 룸비니의 템플스테이때나 수린섬 생활중엔 죠스의 노트북에 넣어 간 미드와 영화를 엄청 많이 봤다. 매트릭스 시리즈, 터미네이터 시리즈, 트루먼 쇼, 킹콩, 대부 시리즈, 픽사 애니메이션들, 마블 시리즈 1 등 마라톤을 했다. 다들 취향이 비슷해서 여행하면서 참 좋았다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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