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린섬에서는 만 5일동안 놈팽이를 하고 6일째 되는 날에 섬을 탈출했다. 섬에 머무르는 동안 인터넷도 없고, 오직 먹고 마시고 자고 헤엄치고의 반복이었다. 룸비니에선 아무것도 안하는 놈팽이였다면 수린에서는 제대로 휴양을 즐기는 놈팽이였다. 이 시기쯤부터 일기 기록량도 점점 줄어들고, 사진만 가끔 찍으며 게을러졌다.
수린에서의 둘쨋날 아침, 텐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야생 원숭이들의 기척에 눈이 떠졌다. 정기적으로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씩 스노쿨링을 나가는 배가 있는데, 갈 거면 그냥 프론트에 얘기하고 명단을 제출하고 출항시간에 나가면 된다. 프론트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오전 스노쿨링을 나갔다.
섬 입구 주변의 울창한 숲
오전 스노쿨링 출발!
며칠 단위로 로테이션으로 다른 포인트로 스노쿨링을 가는데, 곳곳마다 약간씩 특색이 달라서 신선했다. 더욱이 첫날에 어푸어푸대던 나는 둘쨋날부터 능숙하게 스노쿨링을 할 수 있었다.
물 속에서도 이제 자유롭게 사진도 찍는 여유
사진으로는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엄청 많았던 작은 물고기떼
오전 스노쿨링을 끝내고 통통배를 타고 돌아오면 또 밥시간이다. 오후 스노쿨링까지 두탕을 뛰는 경우엔 점심을 적당히 먹어야 하지만, 나른해지는 날엔 점심을 배터지게 먹고 맥주까지 마신다. 그런 뒤엔 해변 모래사장의 선선한 그늘에 누워 낮잠을 즐겼다. 모래사장에 누워 있다 보면 새하얗고 작은 게, 녹색 집을 가진 소라게 등 신기한 녀석들도 많이 보였다.
이게 휴양이지!
안녕 소라게야!
거참 신기하게 생겼다
확대해서 그렇지 손가락만한 게
모래사장엔 누군가가 써 놓은 글귀들이 많았다. 그 중에 태국어로 쓰인 문장도 있었고, '사랑하라'고 적힌 글도 있었다. 한국인은 한번도 보이질 않았는데 누가 써 놓은 걸까? 프론트의 TV에서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던 태국 한류열풍의 영향일까?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는 환이, 모기, 죠스
해변가에는 태국 연예인이나 모델로 보이는 촬영팀이 맹그로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어느 작은 외딴 섬에 와서 화보 촬영하는거랑 같은 거겠지. 누워서 촬영하는걸 구경했다. 차마 촬영은 못하겠더라.
태국 모델이 배경으로 촬영하고 간 맹그로브
한적한 늦은 오후의 텐트들
그렇게 누워 자다가 또 배가 고파지면 슬금슬금 일어나서 프론트에서 해산물과 술을 먹으며 노트북에 넣어 온 영화를 보고 티츄를 치며 훌륭한 놈팽이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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