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번 펼치면 역자 후기까지 다 읽어서 끝을 보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항상 시작이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지 않는 건 아니다. 어릴땐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간될때마다 서점에 출석 도장을 찍었고, 몰래몰래 일해서 번 알바비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 양장본을 구매하기도 했으며, 부산 보수동까지 내려가서 중고책을 한아름 얻어와 싸들고 무궁화호를 타 보기도 했고, 군대에서 쉬는날엔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그랬던 내가 취업을 한 뒤 직장생활이 1년이 넘었는데 업무 관련 서류와 공부하는 책 말고 순전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핑계라면 핑계일수도 있는데, 지방 현장직으로 상사들과 숙소생활을 하다 보니 개인 시간이 전혀 없었긴 했다. 맨날 야근에 회식에.. 휴.. 최근에서야 어째 조금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블로그도 하고, 크레마 사운드도 샀다.. 어?
.. 사실 전자책 리더기라는 매체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던 나다. 그냥 아마존 킨들 정도만 들어본 나였다. 그치만 킨들은 또 한글 지원이 불가능하고, 애초에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종이책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고, 책장을 넘기는 맛이 없이 터치만으로 화면을 넘긴다니, 또 여느 전자기기 화면처럼 오래 보면 눈이 아플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코 싸지 않은 가격도 한몫.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된 크레마 시리즈가 나의 편견을 깨트렸다.
국내 제품이라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등에서 한글 전자책을 쉽게 구매하고 계정 내에 영원히 소장할 수 있으며, 무겁게 바리바리 싸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일반 책이나 핸드폰보다도 가벼우며, 부피도 차지하지 않는다. 특히 숙소생활을 해서 짐이 많은 나에겐 정말 딱이다. 그리고 화면의 조명을 끄고 봐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충분한 가독성. 약간은 낮은 사양으로 인해 전자잉크 리프레쉬를 하면 약간은 느리게 변환되는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틱한 감성. 종이책장을 넘기는 손맛은 느끼지 못하지만 물리키가 존재해서 딸깍딸깍 누를 때 특유의 손맛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기가 너무 예쁘다!.. 아무튼.. 샀다는 거다. 자랑한다. 1
박스. 피리부는 사나이 일러스트가 있다.
액정이 존재하는 모든 전자기기는 설탕액정이다. 고로 케이스도 함께.
슬립화면을 바꿀 수 있다. 겁먹지 마라!
갤럭시S8과 두께 비교.
갤럭시S8과의 면적 비교.
갤럭시S8과 나란히.
어두운곳에서의 조명 비교. 크레마사운드는 조명을 끈 상태다.
형광등을 켠 상태에서의 액정 밝기 비교. 크레마사운드는 조명을 끈 상태이며 야외에서도 잘 보였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합본>
구매한 첫날에 예스24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600원인가 하길래 받아서 바로 완독했다. 사실 크레마 배송을 기다리면서 사야겠다고 다짐한 책은 내 블로그 이름의 모태였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참 좋아하는 책인데, 다시 읽고 싶었다. 학생때 시 중앙도서관에서 처음 접했고 군생활중엔 다섯권 합본짜리 양장본도 사서 읽었었는데 그 1236페이지짜리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닐 엄두도 나지 않고 무엇보다 고향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전여친한테 빌려주곤 안 받았다..후...하.. 어쨌든, 전자책으로 사니까 무게나 부피 걱정도 없으며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종이책의 질감처럼 보이는 액정
깔끔한 크레마 로고
홈키를 한번 눌렀을 때 나오는 소프트버튼 화면
남자의 한 손에 잡히는 크기
장점만 늘어놓은 찬양 비슷한 글이 되어버렸는데, 장점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안드로이드4 내장이라 엄청 느리고 버벅대고, 내부 어플 사용법도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전자잉크 리더기 특성상 잉크 번짐 현상도 있고, 뽑기운이 없었다는 후기글이 제법 보이며, 사운드라는 특징을 잡아 버전을 내놓은것 치곤 외장스피커가 없어서 이어폰을 꽂고 낭독 기능을 써야 한다는 것과, 심지어 그 낭독기능의 남녀 목소리가 굉장히 무미건조하다는 것. 배터리도 적은 편인데다 광탈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나는 어차피 부가기능을 쓰지 않고 책만 읽을 것이기 때문에, 어플 구동이나 페이지뷰가 느려도 크게 상관없다. 전자잉크 번짐현상은 리프레쉬기능을 켜 두거나 눈에 거슬릴 때 한번씩 실행해주면 되고, 오히려 전자잉크가 바뀌는 중인 화면마저 좋다. 페이지를 빨리 넘겼을 때나 챕터가 바뀔 때 가끔 등장하는 로딩화면때는 5~8초 정도가 로딩되는데, 이때 기지개라도 한번 펴 주면 좋고. 기기뽑기는 내가 여태 전자기기를 사면서 뽑기운이 나빴던 적이 없었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내용 낭독 기능은 쓰지 않을 예정이다. 그리고 배터리는 와이파이를 항시 켜 놓는 것이 아니라면 매일 몇시간씩 읽어도 3~4일은 충분히 가더라. 핸드폰도 매일 충전하는데 이쯤이야. 2
나처럼 전자책 리더기 입문자가 혹 이 글을 본다면, 이쁜 디자인과 물리키 감성에 빠져 충동구매하지 않기를 바란다. 충분히 검토를 하고 다른 제품과 비교를 꼼꼼히 비교해서 구매하여야 한다. 물론 이미 사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크레마의 다른 시리즈와도 비교를 많이 하고 있을테고, 이미 지름신이 와서 당장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왜 2018년 4월 현재 신품은 물론 중고매물조차도 없는 것인가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다. 또한, 수십개의 후기글을 찾아서 읽고 있을 게 뻔하기에 배송일이 얼마나 늦춰지냐의 문제긴 하다. 아직 사용한 지 얼마 되질 않아서 좀 더 써 봐야 알겠지만, 그만큼 전자책 리더기 입문자에게는 적절한 기기라고 생각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겉표지에 적혀있듯이, 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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