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가 그냥 피곤한걸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건 고산병 초기증상이었다. 두통, 오한, 메스꺼움, 식욕저하, 수면장애, 호흡곤란 등.. 몸에 걸 수 있는 모든 나쁜 상태이상효과가 걸려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묵은 롯지들은 대부분 1실 2침대였다. 빨래와 짐을 다 풀어놓으니 한살림이다.
그리고 2014년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매일 밤 이어지던 맥주를 곁들인 티츄파티를 안 해서 그런지 엄청 개운하게 잤고, 죠스도 어느정도 회복된 모습이었다. 해가 산 능선에 보이기 전에 더 높은 곳을 향해 출발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은 없고 가축들만 나다니고 있다.
흰색강아지와 회색염소
하늘이 맑게 개인데다가 이제 고도가 어느정도 높아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절경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가는곳마다 절경. 엄청나게 높은 계곡길 사이로 저 꼭대기에서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고.. 눈호강이었다. 정말.
맑은 하늘 아래 우리의 가이드 '마두'의 뒷모습.
캬..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계속해서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나쳤다.
산적이 나올 것 같은 협곡
암벽에 문자가 적혀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물어볼 걸 그랬나.
사진으로는 그때의 벅참을 다 담지 못함이 아쉽다.
눈은 즐거운데 길은 별로였다. 오르막+흙모래+자갈...
잠깐 몹쓸 셀카도 찍어주고..
계속 걷다 보니 탁 트인 곳이 나타났다. 작은 강을 낀 '탈'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하나 있었고, 곧 점심때였기에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결정했다.
TAL 등장
마을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들어가려면 그래도 15분 이상 걸어야 했기에, 그 전에 잠깐 휴식.
위에서 볼 땐 몰랐는데 막상 탈로 들어와보니 꽤 넓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우측의 모기처럼 배낭에다가 빨래를 널어놓고 조금만 걸으면 바짝 잘 마른다.
마을이 있다 해도 와이파이가 잘 안터지기 때문에 지도로 위치 확인은 필수다.
한국인 트레커들이 제법 흔할텐데,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네팔리들.
무슨 뜻일까?
??? : 당근 내놔.
탁 트인 평탄한 지역인 탈을 빠져나오고 좀 걷다 보니 다시 험한 산세가 나왔다. 길에 자갈이 베이스로 깔려있고 큼직한 짱돌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서 걸을때마다 발 아래를 잘 봐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이드 마두가 발목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여기에 온다고 한국에서 나름 동네 산행도 몇번 하면서 단기특훈을 했지만, 사고란 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1
푸른빛의 석회수가 흐른다. 오묘하고 신비한 빛이다.
오후 내내 걸어서 '다라파니'라는 곳에 도착했다. 2014년의 마지막날은 여기서 묵기로 했다.
트레커들이 있건 없건 자신의 일을 묵묵히.
빨래애애애애앳줄
그만큼 걸었으면 됐지 롯지에서 운동한답시고 투명의자 훈련중이다.ㅋㅋㅋ
나름 한 해의 마지막날이니까 푸짐하게 먹어보자.. 해서 다양한 메뉴를 시켰고 도전해보았다. 보통 우리는 엄청 먹어대는 편이라 1인1메뉴+공용메뉴 2~3개를 시키는 편이다. 메뉴판을 보다 보니 saury pizza 라는 게 있었다. 이게 뭐지? 하면서 시켜보았다.
내 생애 최악의 음식으로 등극한 꽁치피자
그건 바로 꽁치피자였는데, 이게 피자 자체는 참 괜찮은데 속에 들어간 꽁치가 신선한 게 아니라 한 6년쯤 삭힌 것 같은 꽁치통조림 맛이 났다. 정말 최악이었다. 해외에서 많은 음식들을 먹어보고 실패해봤지만 이것만큼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아무튼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일찍 해산해서 쉬자! 해놓고 조금 쉬다가 다시 모여서 티츄를 치고 맥주를 한잔씩 먹은 뒤에야 진짜 해산했다. 내일은 2700m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백두산 높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그렇게 2014년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 그러면서 가이드랑 포터들은 스니커즈와 쪼리를 신고 올라가는 중이다. 대단한 현지인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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