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는 며칠이고 계속됐다. 애초에 트레킹으로 소요할 예정이었던 기간을 절반 이상 날려먹었으니.. 값싸게 쉬는덴 제격이었던 템플스테이. 그래서일까..? 그냥 벽돌로 막혀 있는 공간에 이불을 깔고 간신히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검소하게 수행하는 스님들 때문일까? 애초에 템플스테이를 하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일까? 1
우리가 머물렀던 방.
내가 잤던 자리. 벽 콘센트의 멀티탭은 필수다.
우리가 머물렀던 침상은 마치 군대 침상 구조처럼 되어 있는, 4명이면 충분히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안쪽의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만 모기장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기장이 불편해보이고 필요없을거같으며 더욱이 화장실쪽에서 냄새가 날 것이라면서 내게 모기장 자리를 양보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결국 나의 선택이 백번 옳았다. 냄새는 안쪽이고 바깥쪽이고 똑같이 영향권이었으며, 마감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공간이었기에 모기뿐만 아니라 온갖 날벌레에게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다. 2
어찌됐건 며칠동안 머무르면서 나는 비교적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근데 뭐 잘때 빼곤 모기장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어차피 다 모여서 영화를 보거나 잡담을 하거나 뭔가를 먹으면서 보냈기에 큰 차이는 없었다.
죠스의 노트북으로 매트릭스2 시청중.
나는 무엇을 그리 열심히 하고 있는가
리듬세상이었습니다!
낮엔 누워 자고 끼니때만 살짝씩 일어나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쯤엔 마당에 나가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점핑100버피를 하곤 했다. 너무 누워만 있으면 찌뿌둥해지고 또 심심하기도 했으므로 몸을 움직여줘야 했다. 한번은 애들끼리 열심히 100버피를 하고 있는데, 밥 먹을때 식당에서 몇번 마주친듯한 안면이 있는 여자가 다가왔다. 자신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요가를 가르치는 방송을 하는 강사라고 하는데, '나오미'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나오미는 미국 국적의 일본계 교포라고 했고 6개월은 요가를 가르치며 돈 벌고 6개월은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지금은 여행 주간인 것. 우리가 100버피를 하는 걸 유심히 지켜봤고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자신에게 버피테스트 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자신도 우리에게 요가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초저녁에 절 안마당에서 버피와 요가를 하는 5인조가 주지스님에게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3
대성석가사의 밥은 주로 메인메뉴+기본 달밧식 식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특히 즐겨 먹으며 좋아했던건 팟타이같이 생겨놓고 전혀 팟타이맛이 나지 않는 볶음라면같은 어떤 것이었다. 템플스테이 규칙 중에 매 끼니는 될 수 있으면 거르지 마라는게 있었는데, 해도 뜨지 않는 한밤중 새벽기도 시간에 밥먹으라고 치는 종소리가 늦잠자는 놈팽이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겐 정말 고역이었다. 나는 그래도 첫 여행이라 잠으로 보내기엔 아깝다고 생각했고 '모든 걸 최대한 즐기고 겪어보자'는 생각에 아침을 거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스님께서 막 정규 식단 외의 부속품(?)들을 갖다주곤 하셨다. 구운 김을 자주 주셨는데, 이게 한국의 그 구운 김이 아니라 진짜 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정말 맛있는 김이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열심히 끼니를 거르지 않는 나에 비해 친구놈들은 며칠 지나니까 아침을 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볶음라면이 아침 메인메뉴로 나오는날은 내가 애들보고 일어나서 밥먹으라고 다시 깨우러 가곤 했다. 왜냐고? 정말 맛있어서요..
그 외에 절 뒷뜰에 가면 코코넛만한 귤이 열리는 귤나무가 있는데, 이걸 스님께 먹는 용도로 재배하시는거냐고고 물어보니 완전히 익은 뒤에는 밥상 후식메뉴로 나갈 것이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난 그 다음날 아침밥에 바로 나왔다! 오오.. 하면서 내용물을 봤는데, 겉보기 크기만 크고 두껍지 실제로 먹는 내용물은 그냥 약간 큰 귤 사이즈였다.. 맛도 그냥저냥. 그래도 룸비니 들어오고나서 처음 먹는 과일이라 좋긴 했다.
실속 없는 그 정체
그렇게 며칠이 훌쩍 지나고, 네팔 출국 예정 3일 전이 되었다. 고요한 대성석가사를 활발한 인기척이 들게 만든 한국발 놈팽이 넷이 떠나는 날이 되었다. 평소에도 안개가 많이 끼어있었지만 이날은 짙은 안개가 더 심하게 꼈다. 피부병 걸려서 털 없이 생피부가 보이는 눈 빨간 개, 먹을걸 안 주면 길을 안 비키는 원숭이떼.. 그런 것들이 배회하는 길을 안개 속으로 1시간이나 뚫고 가야 했다. 툭툭이를 탈까? 했었는데 그냥 돈을 아끼기로 했다.
본관은 아직도 공사중일까?
몇미터만 뒤로 물러서면 안개때문에 안 보이는 공사중인 본관.
사일런트힐..?
전봇대에 낀 공포스러운 거미줄..
늪 속에서 좀비가 기어올라올것만 같았다
The Eternal Peace Lamp
불멸의 평화 램프. 1986년에 세워졌고, 미국 뉴욕 UN본부에 있는 불꽃을 옮겨서 붙여 놓았다고 한다. 부처가 태어난 곳이니 상징적으로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입구를 한번 찍고..
이렇게 좁은 버스에서 13시간.
원래 떠나려고 했던 날짜에는 버스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가지 못하고 하루 늦게, 그것도 야간버스로 13시간을 달려서 카트만두에 도착한다고 했다. 어쩌겠는가, 멀리 왔으니 다시 돌아갈때도 멀 수 밖에. 이제 카트만두에 도착하고 하루 지나면 네팔을 떠나 태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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